한국대표시인 70인

그 사람은 [신달자]

초록여신 2009. 2. 4. 19:23

 

 

 

 

 

 

 

 

 

 

예고 없던 바람이 폭동처럼 크게 어깨를 털고 지나간 뒤에

과수밭에는 과일이 우수수 떨어지고

제법 큰 나무들이 허리가 부러진 채 거리에 드러눕고

자동차들 기우뚱 날 듯 비틀거리고

우지끈 부실한 지붕들이 미끄러져내리고

날리고 뒤집히고 찢지고 꼬이고 깨지고

그렇고

도리 없이 세상은 온통 이별로 낭자하고

땅에 것들 허공으로 치솟아 난동을 부리며 갈 곳 없고

떨어져내려도 제자리가 없고

자리이동을 하여 모양 또한 일그러졌고

그러하지만 나는 알고 알고 있고

오직 사람 하나 꿈쩍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젊은 얼굴로 웃고 있고

그대로 변함없고

내 사랑으로 치면 폭동의 바람쯤이야 그럼 그쯤이야...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8.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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