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기 전엔,
강물과 강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나 두내받이, 그 물굽이쯤이 사랑인 줄 알았어요.
피가 쏠린다는 말, 배냇니에 씹히는 세상 어미들의 젖꼭지쯤으로만 알았어요.
바람이 든다믄 말, 장다리꽃대로 빠져나간 무의 숭숭한 가슴 정도로만 알았어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한밤
강줄기 하나가 쩡쩡 언 밭을 떼어내며 달려오다가, 또 다른 강물의 얼름 진군進軍과 맞닥뜨릴 때!
그 자리, 그 상아빛, 그 솟구침, 그 얼음울음, 그 빠개짐을 알게 되었지요.
당신을 만나기 전엔,
얼어붙는다는 말이 뒷골목이나 군인들의 말인 줄만 알았지요. 불기둥만이 사랑인 줄 알았지요.
마지막 숨통을 맞대고 강물 깊이 쇄빙선碎氷船을 처박은 자리, 흰 뼈울음이
얼음기둥으로 솟구쳤지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그게 바로 도깨비기둥이란 걸 알았지요. 열 길 물 속보다 깊은
한 길 마음만이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강물은 흐르는 게 아니라 쏠리는 것임을.
알았지요, 다 얼어버렸다는 것은 함께 가겠다는 것.
금강金剛기둥으로 지은 울음 한 채, 먼 하늘주소까지.
* 현대문학 55주면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시사랑에 빠지다
2008.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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