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의 모퉁이를 돌면 가파른 계단 위에 바람들의 낮은 방, 나는 인간의 마을로 돌아갈 날짜를 세며 어둠을 뜯었다 폭풍의 날들은 지루했고 달은 반쪽뿐이었다, 사랑을 잘못 발음하는 어린 남자가 살던 곳, 바람을 마셔 부푼 영혼들의 마을
취한 바람들은 저희들끼리 끌어안았다 길 끝은 장례식장 같았다 창을 열면 기차가 갔다 몸속의 밀입국자들이 기차를 타려고 뛰쳐나갔으나 아내들의 손에 붙잡혀 돌아왔다, 바람이 낳은 자손들의 마을
몸이 부푸는 뜻을 알고 바람을 탈 줄 알게 됐다 바람이 머리칼 헝클면 그러라고, 바람이 치마폭을 들춰대면 그러려니, 바람이 자식을 낳자면 그러자고, 바람이 그만 떠나자면 그렇게 따라나설 듯이 바람과 몸 섞고 살아온 생, 바람을 파는 상점들의 마을
마을의 강은 좁디좁았다
나무배마다 잠든 연인들이 흰 꽃으로 피었다
허덕허덕 꽃잎을 주워먹던 영혼들과
바람을 잡아탄 바람들은 또 일가를 이루려
어딘가로 불어갔다
* 평일의 고해,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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