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그냥 [이승희]

초록여신 2009. 1. 10. 21:52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창비(2006)

 

 

 그냥

배고프다, 목마르다, 그립다, 아프다 ...

 그냥 그냥 그냥

 그냥, 그렇다.

(그냥,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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