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연희 [김경미]

초록여신 2009. 1. 3. 13:04

 

 

제가요, 외로움을 많이 타서요,

사람들이랑 잘 못 놀면 울어요, 그렇지 민호야?

ㅡ 11세 소녀가장 연희 인터뷰 중에서

 

 

 

 나도 연희야 외로움을 아주 많이 타는데 나는

 주로 사람들이랑 잘 웃고 놀다가 운단다 속으로 펑펑

 그렇지? (나는 동생이 없으니 뼛속에게 묻는단다)

 

 

 열한살 때 나는 부모도 형제도 많았는데

 어찌나 캄캄했는지 저녁 들판으로 집 나가 혼자 핀

 천애고아 달개비꽃이나 되게 해주세요

 사람들 같은 거 다 제자리 못박힌 나무나 되게 해주세요

 날마다 두 손 모아 빌었더니

 달개비도 고아도 아닌 아줌마가 되었단다

 

 

 사람들이랑 잘 못 놀 때 외로워 운다는 열한살짜리 가장

 열한살짜리 엄마야 민호 누나야 조숙히 불행해 날마나

 강물에 나가 인간을 일러바치던 열한살의 내가 오늘은

 내게도 신발을 주세요 나가서 연희와 놀 흙 묻은 신발을 주세요 안 그러면 울어요 외로움을 내가요 아주 많이 타서요. 연희랑 잘 못 놀면 울어요

 달개비도 천애고아도 아닌 아줌마가

 열한살 너의 봄 때문에 사람들이랑 잘 못 놀아준 봄들을

 돌려세우는 저녁이란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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