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기차를 탑니다. 거짓말입니다. 한주일에 한번씩 탑니다. 그것도 거짓말입니다. 실은 한달에 한번쯤 탑니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사실을 바라는 건 배신을 믿기 때문입니다. 꽉찬 배신은 꽃잎 결핍이 들어찬 장미꽃처럼 너무 진하고 잎잎이 흩어놓아도 아름다울 뿐 다른 방도가 없다 합니다.
2
산수유가 빨갛게 동백꽃을 떨어뜨립니다. 흰 목련이 거짓말을 하더니 샛노란 은행나무가 됐습니다. 정말입니다. 사람 안에는 사람이라는 다민족, 사람이라는 잡목숲이 살아 국경선을 다투다 갈라서기도 하고 껴안다, 부러져 못 일어나기도 합니다. 꽃필 때 떨어질 때 서로 못 알아보기도 합니다.
3
당신은 세상 몰래 죽도록 다정하겠다, 매일 맹세하죠. 거짓말이죠. 세상 몰래가 아니라 세상 뭐라든이 맞죠. 아시죠. 이것도 거짓말. 사실은 매일이 아니고 매시간이죠. 매시간마다 거짓말을 하는 건 진실이 너무 가엾어서죠. 나사처럼 빙글대는 거짓말은 세상과 나를 당신을 더욱 바싸 조요줍니다.
4
진흙으로 만든 기차 같죠 어디든 가겠다 하고 어디도 가지 못하죠 다정이 죽인다 매일 타이르죠 종잇장 같은 거짓말에 촛불이 닿을 듯 말 듯 촛농같이 흘러내리는 다정, 뜨거움이 차가움을 잡는지 차가움이 뜨거움을 모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다정이라는 거짓말 죽지요. 죽이지요.
* 고통을 달래는 순간, 창비(200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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