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인간론 [김경미]

초록여신 2008. 12. 29. 05:53

 

 

 

 

 

 

 

 

 

1

옳지 않다

나는 왜 상처만 기억하는가

가을밤 국화 줄기같이 밤비 내리는데

자꾸 인간이 서운하여 누군가를 내치려보면

내가 네게 너무 가까이 서 있다

그대들이여, 부디 나를 멀리해다오, 밤마다

그대들에게 편지를 쓴다

 

 

2

물 주기기도 겁나지 않는가

아직 연둣빛도 채 돋지 않은 잎들

동요 같은 그 잎들이 말하길

맹수가 아닌 갓 지은 밥처럼 고슬대는 산양과

가슴 한가운데가 양쪽으로 찢긴 은행잎이

고생대 이후 가장 오래 세상을 이겨왔다 한다

 

 

3

관상(觀相)에서 제일 나쁜 건 불 위에 올려진 물 없는

주전자 형상이라지 않는가

바닥 확인하고 싶으면 가끔 울어보라 한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 / 창비, 2008. 12. 29.

 

 

 

.......

손꼽아 기다리던 김경미 시인의 시집이 짠, 나왔다.

시인은 '다정이 병인 양'  그 '다정에 바치네'한다.

그 다정이 '고통을 달래는 순서'가 될까나.

'만유인력' '누가 사는 것일까'

'그런 말들이'

'사람 시늉'하지만 ' 잘 모른다'

'다정이 나를' '자동응답기'를 거쳐 '서정의 흉가'를 지나

'일몰의 기억들'을 되살리며 '인간론' 앞에 머무르게 했다.

'그 세월에' 겸허히 나의 바닥을 돌아보며

때론 울면서 '요즘 내 문제는'무엇인가 곰곰 생각하련다.

시집『고통을 달래는 순서』를 정해본다.

' ' 의 것들은 시집 제목이랍니다. 한 번 마음대로 쭉, 훑어보기 해보았지요.

시집의 출현은 특히, 새로나온 시집은 기쁨 그 자체입니다.

(새 기쁨을 마시는 아침,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