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높이 들고
불안은 고드름처럼 자란다.
당신은 맨발이었고
나는 유령처럼 당신을 안았다.
굴뚝과 굴뚝처럼
우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 스윙, 민음사(2008)
.......
우리는 고드름처럼 불안했고, 유령처럼 서로를 안았고, 굴뚝처럼 얼어붙었다. 이 짧은 이야기의 핵심은 물론 유령에 있다. 나는 당신을 안았다. 그런데 내 품에 든 당신은 유령과 같이 윤곽이 희미해졌다. 당신은 떠오르면서 사라졌다. 요점은 이것이다. 당신은 그런 유령으로써만 내게 떠오른다는 것.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한 것이 유령이었듯, 그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서사를 장면화한 것이 유령이었듯, 우리의 포옹도 바스라지며 기억의 형식을 완성한다. 저 불안은 우리의 몸만큼 자랄 것이다. 유령의 존재 형식이 곧 불안이라는 말이다. 안기며 사라지는 게 당신이니까. 저 결빙은 우리 몸을 고정시킬 것이다. 우리가 다른 존재 형식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포옹이 저 사라져 가는 윤곽을 완성할 테니까.
ㅡ권혁웅(시인.문학평론가), 작품해설 < 떠올라(fly), 사라지다(out)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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