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3부 리그 수비수가 날 울릴 때가 있다. 얼마나 더 살겠다고 MRI 찍는 통 속의 고독을 견디는 구순의 노인이 날 울릴 때가 있다. 쓰러지기 전 거품 문 투우의 마지막 진실 같은 거. 그게 날 울릴 때가 있다.
누군가와 일요일 아침 식은 밥을 물에 말아 먹고 싶고, 겨울 내내 촌스러운 화장을 하는 여자. 카운트는 끝나가는데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곧추세우려는 실패한 복서의 눈빛 같은 거. 절대 고독 안에 뒹굴고 있는 입석들의 폐허다. 인생은
떨어지기 전, 떨어지기 전, 그 간들거림.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사.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말 [이병률] (0) | 2008.10.31 |
---|---|
시월 [류인서] (0) | 2008.10.31 |
슬픈 빙하시대 4 [허연] (0) | 2008.10.29 |
슬픈 빙하시대 3 [허연] (0) | 2008.10.29 |
슬픈 빙하시대 2 [허연] (0) | 2008.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