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슬픈 빙하시대 4 [허연]

초록여신 2008. 10. 29. 19:12

 

 

 

 

 

 

 

 

 나에게 월급을 주는 빌딩 뒤에는 타입캡슐이 묻혀 있다. 콘톰이며 뭐 이런 것들이 있단다. 기념이란다. 난 그래도 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간 사람을 존경할 줄은 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난 때로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침묵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매우 실존적인 잡놈이다.

 

 

 착각은 오류를 따지지 않는 법. 오늘도 나는 시내로 돈을 벌러 간다. 돈 벌러 온 놈들이 잔뜩 몰려 있는 곳으로 15년째. 시내는 세상의 중심이다. 물론 착각으로 판명 날게 뻔하다. 개구멍에라도 빛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또 하루를 썩힌다. 욕을 내뱉으며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밤마다 내가 사나운 백상아리가 되는 꿈을 꾼다.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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