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에 들었다 깬 맑은 가을 오후 저, 저, 저 나비 잡아라
꿈속의 내가 평상을 박차며 허둥댄 것도 같은
내 낮잠 속으로 누군가 자러 들어와 한잠 곤히 들었다 방금 나간 것도 같은
깨어보니 나는 큰대자로 잠들었던 모양인데 나비를 쫓으러 퍽이나 달렸는지
침대 발치에 머리를 누인 거꾸로 놓인 큰대자인지라
떡 벌어진 다리는 말고 조금은 섬섬하게 다리를 벌린
거꾸로 선 매촐한 큰대자 같은 자작나무 한그루 떠올린 것이다
말하나마나 몸빛은 재처럼 희디희어서 사바사나*, 라는 말도 함께 떠오른 것인데
거꾸로 선 희디흰 자작나무의 잠,
송장자세로 삶을 건너는 고즈넉한 휴식이 나는 대번에 그리워져
내 죽음의 형식을 벼락처럼 알아채고 만 것이다
화장한 나를 묻은 뒤 자작나무 묘목 한채 심어주면 좋겠구나
원한다면 언젠가 내 옆에 그대의 육신도 좋은 나무 한채로 이사와도 좋겠구나
그곳은 너무 울창하지 않은 이제 막 꿈꾸기 시작한 황무지여도 좋겠어서
하나둘 이사온 사람들이 한 백년쯤 뒤에는 숲 한채 넉넉하게 이루어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 내가 사랑한 자작나무 한그루 노란 잎새 나비떼처럼 떨구고 있는
한적한 가을 오후 저, 저, 나비 잡아라 희디흰 송장에서 비끄러져 내려오는
수천수만의 저 나비떼, 나비떼 말이지
---------------------------------------------
* 요가 동작의 하나. 산스크리트어로 송장자세를 뜻함.
* 도화 아래 잠들다, 창비(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