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막 태어났을 때 그녀의 육체는 3.3kg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그녀의 육체는 18kg
열네 살 땐 36kg
스물네 살 땐 51kg
스물일곱 살 땐 52kg......
해마다 불어나는 육체가 무거워
휴일이 오면 그녀는
종일을 누워 지낸다
대낮의 밝은 햇빛 아래서도
무거운 육체를 질질 끌며 다닌다
먹기 위해 벌려야 하는 입술이 무겁고
입술 끝에 매달린 말 한마디가 무겁고
웃음짓듯 치켜올려야 하는 입꼬리가 무겁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남자가 무겁다
한 해가 또 가고
그 다음 한 해가 또 가고
그렇게 무수한 한 해가 가면
그녀의 육체는 몇 kg이 될까?
몇 kg이 되었을 때 그녀는 그녀의 육체로부터 가볍게 뜰까?
*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문학과지성사(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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