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내 생물적 습성으로 오늘을 시작한다
이 오늘은 분명 어제가 아니건만 어제와 닮은 구석이 있다
오늘은, 어제를, 어느 시점까지는 복제해낸다
나는 오늘도 어제를 다시 살고 있다
나는 어제의 나를 행여 다치지나 않을까 손 놓지 않고
오늘의 문턱을 넘겨 데리고 왔다
하지만 수많은 어제를 보내고 그것에 점점 커지는 수치를 매기고 나서야 알아챈 것이다
어제와 언뜻 닮아 보이는 오늘은 어제를 기억하려하지 않는다는 걸
오늘은 어제와 잠시 합류했다가 종내는 어제를 뒤로 밀어젖히고는
밀어젖혀진 어제를 누르고 미끄러져 나오는 힘으로 흐르는 강물, 바다, 물살이다
어제가 아닌 오늘 나는 또 한 번 흘렀다
다만 나는 강물이 아닌 육체여서 또 한 번 흐른 내 육체는 어제보다 한 박자 늙어 있는 것이다
* 평범에 바치다, 문학과지성사(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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