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양 어깨에 날개를 달고
천사는 뽀오얀 우윳빛 살결을 드러내며
부드러운 발성의 그의 이름처럼
아름다운 맨발을 가졌지만
천사는 늘 말이 없고, 표정을 깊이 감춘 채
오로지 완성된 그의 순수만을 보여준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는 이 땅에서 차마
범접하기 어려운 미묘한 상징과 은유로써
전신을 감싸 안고
복되도다! 지상의 사람들을 위로하지만
그러나, 나는 그런 천사가 싫다.
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몸매와 얼굴이
마네킹 같은, 상투적인, 그리고 하늘과 땅의 비밀을
모두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색하지 않는
그 용의주도한 냉정함이 나는 싫다.
차라리 머리에 뿔이 돋은 징그러운 악마와
술잔을 부딪치며 가슴을 열겠다.
*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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