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이기철]

초록여신 2008. 8. 23. 16:10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꽃이 피고 소낙비가 오고 낙엽이 흩어지고 함박눈이 내렸네

발자국이 발자국에 닿으면

어제 낯선 사람도 오늘은 낯익은 사람이 되네

오래 써 친숙한 말로 인사를 건네면

금세 초록이 되는 마음들

그가 보는 하늘도 내가 보는 하늘도 다 함께 푸르렀네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면 모두는 내일을 기약하고

밤에는 별이 뜨리라 말하지 않아도 믿었네

집들이 안녕의 문을 닫는 저녁엔

꽃의 말로 안부를 전하고

분홍신 신고 걸어가 닿을 내일이 있다고

마음으로 속삭였네

불 켜진 집들의 마음을 나는 다 아네

오늘 그들의 소망과 내일 그들의 기원을 안고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네

 

 

 

 

*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네 / 서정시학, 2008.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