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 밀려오면 무얼 할까,
그 물 위 수 놓을까, 어쩔까
그 물 위 한 뭉텅이 짐승의 살 다질까, 말까,
그 물 위 모래밭에서 깨어난 새 마늘 찧을까, 말까,
그 물 위 햇고추 말릴까 말까, 무얼 잃을까
햇빛 다지듯,
달빛 으깨듯,
그날 읽었던 책장에 든 낡은 짐승들이 사라진 기억
다질까, 으깰까, 웃다가
이 생에 한 사람으로 태어나
먼 밤 잠 못 드는 저 물 밀려오는 소리, 듣는
그 물 위 당신 뱉어낸 별들 안아 들일까, 말까,
그 물속 사라지는 저 빛 어쩔까, 나 말까
그러다가, 사라질까, 무엇이 될까,
잊어버릴까
*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문학과지성사(2005)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뚜라미 음악회 [이기철] (0) | 2008.08.24 |
---|---|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이기철] (0) | 2008.08.23 |
死産하는 노래 ....... 장철문 (0) | 2008.08.23 |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박주택] (0) | 2008.08.23 |
빈집 [기형도] (0) | 2008.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