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스며드는 것 [안도현]

초록여신 2008. 8. 4. 12:44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응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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