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물외냉국 [안도현]

초록여신 2008. 8. 4. 12:51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 속에 퍼부어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어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을

반으로 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동안

도닥도닥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냉국 냄새가

평상까지 올라왔다

 

 

 

 

*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2008)

 

 

 

.......

물외냉국 먹으로 강원도 엄마의 품으로 갑니다.

텃밭에서 기른 오이를 가지고 소금과 간장의 적절한 조화로움으로 오이채를 섞으면 완성되는,

엄마의 손맛에

감동되는 휴가가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시작될 겁니다.

벌써부터 즐거워지네요.

(물외냉국 생각에 빠져,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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