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공기방 [신영배]

초록여신 2008. 8. 3. 10:42

 

 

 

 

 

 

 

 

 

 

아! 나는 부드러운 벽을 가질 수 있어

달걀 흰자의 점액질 같은

벽, 단단함을 가리기 위해 꽃무늬

벽지를 바르지 않아도 되는

도배장이 아버지가 없어도 돼

아! 나는 눈부신 천장을

배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어

지붕이 없어 하늘에 닿는

한없이 투명한 막

바람이 불어도 구멍나지 않는

온몸이 구멍, 창(窓)이니까

열린 창으로 어떤 딱딱함이나 침묵도

부드럽게 풀려나가는

고요한 물의 뜰을 가질 수 있어 아!

 

 

나는

가슴 아래 은빛 나는 배를 가지고 싶어

보송보송한 솜털로 덮인 배

물풀 사이에 그물을 짜고 수면에 떠올라

배에 공기를 가득 담아서 날라야지

물거미의 위대한 일상,

물과 물 틈을 비집고 공기방을 만들어야지

고요하고 투명한 방

 

 

 

 

 

* 기억이동장치, 문학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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