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내 쪽문을 열고 각설탕을 집어넣는다 나른히 감기던 눈동자에 달콤한 빛이 돌기 시작한다 각설탕 하나를 더 집어넣는다 지난밤 꿈 이야기를 하며 이따금 한숨 쉬며 천천히 나를 휘젓는다 단물이 들면서 내 관절이 느슨해진다 관절이 느슨할 땐 나는 아무도 찌르지 못한다 눈물도 잠시 짠맛을 잃어버린다 내 안에 각설탕이 녹는 동안 비음 섞인 맞장구를 연신 쳐 댄다 응, 그래, 그랬구나, 저런...... 몸의 온도를 점점 더 높인다 각설탕이 더 빨리 녹기 시작한다 내 사각의 창에 바짝 얼굴을 대고 여우가 들여다본다 창틀에 갇힌 채 모서리가 서서히 둥글어지는 내가 조금 슬퍼 보였을까 각설탕을 하나 더 집어넣는다 안에서 내다보는 내 눈에는 여우도 창틀에 갇혀 있다 창살 무늬 새겨진 여우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가슴에 단물이 든다 각 진 기억들도 살살 녹아내린다 홀로 캄캄해지던 내 우물이 오늘따라 더 흔들린다 내 안에 각설탕이 녹는 동안
*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 민음사, 2008.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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