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엎드린 개처럼 [문태준]

초록여신 2008. 8. 1. 17:11

 

 

 

 

 

 

 

 

 

 

배를 깔고 턱을 땅에 대고 한껏 졸고 있는 한 마리 개처럼

이 세계의 정오를 지나가요

나의 꿈은 근심 없이 햇빛의 바닥을 기어가요

목에 쇠사슬이 묶인 줄을 잊고

쇠사슬도 느슨하게 정오를 지나가요

원하는 것은 없어요

백일홍이 핀 것을 내 눈 속에서 보아요

눈은 반쯤 감아요, 벌레처럼

나는 정오의 세계를 엎드린 개처럼 지나가요

이 세계의 바닥이 식기 전에

나의 꿈이 싸늘히 식기 전에

 

 

 

 

* 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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