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물 좀 가져다주어요 [허수경]

초록여신 2008. 8. 1. 16:45

 

 

 

 

 

 

 

 

 

 아이들 자라는 시간 청동으로 된 시간

 차가운 시간 속 뜨겁게 자라는 군인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땅속에서 감자는

 아직 감자의 시간을 사네

 

 

 다행이군요.

 땅속에서 땅사과가 아직도 열리는 것은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땀을 역청처럼 흘리네

 

 

 물 좀 가져다주어요

 물은 별보다 멀리 있으므로

 별보다 먼 곳에 도달해서

 물을 마시기에는

 아이들의 다리는 아직 작아요

 

 

 언젠가 군인이 될 아이들은 스무 해 정도만 살 수 있는 고대인이지요, 옥수수를 심을걸 그랬어요 그랬더라면 아이들이 그 잎 아래로 절 숨길 수 있을 것을 아이들을 잡아먹느라 매일매일 부지런한 태양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을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저 푸른 마스크를 쓴 이는 누구의 어머니인가,

  저 어머니들의 얼굴에 찍혀 있는 청동의 총,

  저 아이를 끌고 가는 피곤한 얼굴의 사람들은

 

 

  아이들의 어머니인가

  원숭이 고기를 끓여 아이에게 주는 푸른 마스크의

  어머니에게 제발 아이들의 안부 좀 전해주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그 청동의 시간도, 그 뜨거운 군인이 될 시간도

 

 

 

 

*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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