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울음이라는 현 [강미정]

초록여신 2008. 7. 27. 10:50

 

 

 

 

 

 

 

 

 

 

혼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등을 본다 연기로 뿌예진

등 안쪽에는 그가 써먹지 않는

울음이라는 현이 떨고 있을까

혼자 담배를 피우며 허공을 볼 때마다

가장 낮은 음으로 침묵처럼 떨고 있을

그의 울음이라는 현,

요즘은 소리 내어 펑펑 울 곳도 없지? 말하면

노래방에 갈래? 웃는다

목이 쉬도록 부르는 그의 노래는

울지 않는 울음,

울부짖는 자신을 크게 외칠 곳도 없어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 곳도 없어

내 현을 떨면서 그의 목을 안고 등을 안으면

등만 보여주며 살았던 삶에게 미안해지고

따뜻하구나 내 무게를 다 안아주는

그의 다리는 늘 후들거렸을 것인데

낮은 숨소리와 안주도 없이 혼자 마신

가벼운 술 냄새와 끝없이 끝을 보고 앉아

등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울 줄 모르는

울음이라는 현이 떨고 있는 등의 안쪽,

 

 

 

 

 

*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 문학의전당, 2008.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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