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간다는 메시지가 왔다
일제히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꽃잎,
나는 미리 와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차 안에서 허겁지겁 허기를 달래려고 먹은 컵라면과
손을 벤 시집 한 페이지 사이,
핏물이 둥글게 맺힌다
밑줄을 긋다가 뜨거운 국물이 쏟긴
허벅지와 살에 달라붙은 젖은 바지 사이,
붉게 부풀어 올라 물집이 잡히는 살갗
이것을 뜨거움이라 불러 본다
길게 기다리다 가버린 기다림
아직 나는 기다림을 끝내지 못했다
끊지 못하는 배고픔처럼,
끊지 못하는 기다림에게 안녕, 안녕,
손등으로 꾹 눌러 닦아낸 붉은 눈매의
뜨거움이 닿은 살갗처럼 팍,
팍, 향기를 쏟아내는
저 꽃잎에서 잉잉거리는 벌떼 소리 난다
정신없이 꽃송이에 얼굴을 파묻던 날이 가고 있다
*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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