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골목을 돌아서
베레모는 썼지만
또 골목을 돌아서
신이 찢어지고
온몸에서 피는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흐르는데
또 골목을 돌아서
추위에 온몸이
돌같이 감각을 잃어도
또 골목을 돌아서
아픔이
아프지 않을 때는
그 무수한 골목이 없어질 때
(이제부터는
즐거운 골목
그 골목이
나를 돌리라
ㅡ아니 돌다 말리라)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나의 발은 절망의 소리
저 말[馬]도 절망의 소리
병원 냄새에 휴식을 얻는
소년의 흰 볼처럼
교회여
이제는 나의 이 늙지도 젊지도 않은 몸에
해묵은
1,961개의
곰팡내를 풍겨 넣어라
오 썩어가는 탑
나의 연령
혹은
4,294알의
구슬이라도 된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 1961 >
* 김수영 전집 1(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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