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새파란 극명(克明) ....... 한영옥

초록여신 2008. 7. 11. 11:54

 

 

 

 

 

 

 

 

 

진실은 가냘픈 것, 그러나 또한

끈질긴 것이라는 글줄을 새기듯이

지난밤 읽어둔 덕일 것이다

이 한 해, 다시 핀 달개비꽃 한 송이

유난히 새파랗게 가을 하늘과 맞보는 걸

오늘 아침길이 환하게 떠 놓아주었다

누렇게 시들던 다른 길들까지 호사한다

이렇듯 가냘픈 진실,

이렇듯 끈질긴 진실,

새파랗게 영근 극명(克明)을

마음바구니에 따 담았으니

오늘 하루 선심 써야겠다

책 속의 것들이 하늘 아래 좌정하는

듬직한 사건들을 깔고서야

몇 개의 확신을 놓을 수 있었으리라

오늘은 술과 떡을 내야겠다.

 

 

 

 

 

* 아늑한 얼굴 / 랜덤하우스 중앙(랜덤하우스), 2006.

 

 

 

.......

새파랗게 영근 바다를 마음 바구니에 가득 담아서 선심 쓰고 싶은 극명한 날,

기분 좋아 휘파람 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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