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가냘픈 것, 그러나 또한
끈질긴 것이라는 글줄을 새기듯이
지난밤 읽어둔 덕일 것이다
이 한 해, 다시 핀 달개비꽃 한 송이
유난히 새파랗게 가을 하늘과 맞보는 걸
오늘 아침길이 환하게 떠 놓아주었다
누렇게 시들던 다른 길들까지 호사한다
이렇듯 가냘픈 진실,
이렇듯 끈질긴 진실,
새파랗게 영근 극명(克明)을
마음바구니에 따 담았으니
오늘 하루 선심 써야겠다
책 속의 것들이 하늘 아래 좌정하는
듬직한 사건들을 깔고서야
몇 개의 확신을 놓을 수 있었으리라
오늘은 술과 떡을 내야겠다.
* 아늑한 얼굴 / 랜덤하우스 중앙(랜덤하우스), 2006.
.......
새파랗게 영근 바다를 마음 바구니에 가득 담아서 선심 쓰고 싶은 극명한 날,
기분 좋아 휘파람 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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