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분꽃이 피었다 [장석남]

초록여신 2008. 7. 10. 17:52

 

 

 

 

 

 

 

 

 

분꽃이 피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한 바 없이

사랑을 받듯 전혀

심은 바 없는데 분꽃은 뜰에 나와서

저녁을 밝히고

나에게 이 저녁을 이해시키고,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의 이 세상을

보여주는 건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가지고 왔다고 생각되는

그 悲哀보다도 화사히

분꽃은 피어서 꽃 속을 걸어나오는 이 있다

저물면서 오는 이 있다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창작과비평사, 2003.

 

 

 

.......

시꽃들이 활짝 피던, 2004. 6. 5.

대구 교보문고에서 함께 했던,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아래께로 파고드는 통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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