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변함없으셔서 [한영옥]

초록여신 2008. 7. 11. 09:05

 

 

 

 

 

 

 

 

 

 

 

변함없으시네요

변함없으셔서 감사합니다

변덕이 죽처럼 끓고 있는

치욕의 도가니 속에서도

들려오는 자작나무 몸 트는 강.약에

제 몸의 강.약을 싣습니다

언제나 깃광목 목소리 널어주시는 당신

계신 쪽으로 오그라드는 귓바퀴를 펴며

엉겨붙으려는 화염을 털고 있습니다

 

 

어렵게 겨울 났을 자작나무 살결

진진하게 여기저기 쓸어주며

변덕의 죽을 한 숟가락씩

꾹 눈 감은 채 먹어치웁니다

꾸준히 펼쳐주시는 은은한 광목을

오래오래 개킬 수 있으리라고

자작나무 가지런한 가지들이

저의 팔을 힘껏 솟구쳐줍니다

변함없으셔서......

 

 

 

 

 

* 아늑한 얼굴 / 랜덤하우스중앙(랜덤하우스), 2006.

 

 

 

 

.......

시간과 공간과 나이의 이동은 있었지만

몇 파운드의 살덩이들이 더 얹어졌지만

변함없으시네요.

현재, 존재하는 사랑하는 것들의 존재 앞에서

변함없으셔서 그 변함없음,에 감사합니다.

여기에서 시를 읊조리는 오늘의 이 아침 또한 변함없음에

오늘이 지난, 내일은 또 기억하겠지요.

변함없이 마음을 다한다면,

그 변함없는 마음으로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나날들의 연속이 될 것으려 믿는답니다.

(여전히 변함없음에,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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