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법당을 떠받치고 있는 붉은 기둥에
절대로 난 틈, 틈, 틈
기둥 밑자락은
주름치마 혹은 편편이 나눠진 꽃잎
그 틈으로
자그마한 벌레들 들락거려
천 년이 지나서야
중심을 열어 보이는 나무
점점 벙글어지면서
바람과 햇빛, 풍경 소리 머물다 간다
몸속 결을 풀어내는 마지막 성찬
살그머니 손을 집어넣어본다
서늘한 어둠으로 단단히 뭉쳐지며
내 손을 쥐는 틈!
*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 실천문학사, 200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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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1964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장안문을 머리에 이고」 외 4편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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