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국수를 삶는 [윤관영]

초록여신 2008. 6. 19. 02:17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만개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은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 어쩌다, 내가 예쁜

 

 

.......

국수가 먹고 싶은 밤이다

국수가 풀어지듯

나도 잠 속에서 풀어질 수 있다면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생각에 그저 지그시 미소짓는 밤이다.

 

(국수 먹고 싶은 밤,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