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만개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은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 어쩌다, 내가 예쁜
.......
국수가 먹고 싶은 밤이다
국수가 풀어지듯
나도 잠 속에서 풀어질 수 있다면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생각에 그저 지그시 미소짓는 밤이다.
(국수 먹고 싶은 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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