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자리와 마른 자리를
제 속에 두는 게 봄이다
비닐하우스, 그 문턱이 봄의 중심이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비닐하우스가 있고
보온 덮개가 있다
이제 막 상토를 밀며 나오는 고추 모종들
들락날락하는 내 걸음에
시루떡 같은 흙이 들러붙는다
이 불화의 걸음걸이,
장화 코를 차대며 해찰하다가
돌짬에 진흙을 떼어낼 땐
주걱에 묻은 밥풀을 앞니로 긁는 것 같았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또 비닐하우스
그 안에 노란 백열등을 밝히는 마음
일 마치고 장화를 벗어 털었다
바닥에 부딪는 장화의 타격음
꽃샘바람에 올라탄다
떡잎처럼 떨어져 내린,
내 발바닥의 비밀한 상형문자
그제서야 보았다
지구의 봄 소식을 장화로 타진하고는,
* 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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