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장석남] ㅡ 제23회 2008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초록여신 2008. 5. 26. 05:43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꽃 위에 펼친 맵씨 좋은 구름결들 보아라

옷고름 풀린 봄볕을 보아라

 

 

작약 한창인 때 작양 밭에서 들리는,

어떤 늙은 할머니가 손주들을 대문 밖으로 내보내며 하는 말소리를

 

 

업어가는 중인

업고가는 중인

업혀가는 중인

아침 바람을 보아라

 

 

꽃 지고 잎 돋듯 웃어라

뺨은 웃어라

조약돌 비 맞듯 웃어라

유리창에 별 돋듯 웃어라

 

 

한옥 짓는 마당가

널빤지 위에 누워 낮잠 들어가는 대목수의 꿈속으로 들어가

잠꼬대의 웃음으로 배어나오는

작약 밭의 긍정, 긍정, 긍정, 긍정,

 

 

또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또 문 열고 나오는 꽃 보아라

긍정, 긍정, 긍정, 긍정,

 

 

 

 

 

 

* 제23회 2008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우수상 수상작 중에서(우수상 수상작가ㅡ고형렬, 장석남, 박라연, 조용미, 박형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