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아픈 사람
ㅡ 보행 명상
어느 해 가을 자전거를 타다
마티즈의 실수로 6주 진단을 받은 내가
주일 교통사고 사망자에
안 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송화 날리는 봄날
와인 두 잔으로 목 디스크 통증 가라앉히니
세상은 참 느리게 흐르고
붉은 등 같은 두 눈에 눈물 흘러서
보행 명상엔 더없이 좋았다
절묘한 사고들로 큰 불운을 액땜하며
뜨거운 물리치료에 저녁 해는 다 지고
미칠미칠 미칠 듯이 봄바람만 부는데
천천히 나를 타이르며 천천히 걸었다
더 기쁘기 위해 슬픈 연꽃을 받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시련을 안고
더 깊어지기 위해
괴로운 뿌리는 강으로 뻗어간다고
* 해질녘에 아픈 사람,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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