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미운 오리 새끼 [황동규]

초록여신 2008. 5. 8. 22:03

 

 

 

 

 

 

 

 

 

'우리는 깨침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

봄이 오면 풀과 나무는 절로 꽃 피우는데?'

불타의 말에 예수는 못 들은 척

산사(山寺)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산이 꿈틀대더니

꽃의 파도가 되었다.

다시 보니 산이었다.

눈을 거두며 예수가 말했다.

'사람의 속모습은 거의 비슷하지,

겉으론 봄꽃 진 다음 여름꽃 피고

꽃인지 낟알인지 모를 걸 머리에 달고 가을 억새는

좋아서 물결치지만.'

'아예 하찮은 풀로 치부하고 살다가

어느 일순 환히 꽃 피우는 자는?'

불타의 말을 받아 예수가 속삭였다.

'겁나겠지!'

 

 

 

 

 

 

 

* 꽃의 고요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선 [전성호]  (0) 2008.05.09
햇살 공부 [전성호]  (0) 2008.05.09
회오리를 삼키다 [김혜순]  (0) 2008.05.08
어머니의 밥상 외 1편 [김남주]  (0) 2008.05.08
쓸쓸하고 더딘 저녁 [황동규]  (0) 2008.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