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
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
삼십대를 위한 시간.
수탉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간.
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
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
그리고ㅡ우리ㅡ뒤에ㅡ아무것도ㅡ남지 않을 시간.
공허한 시간.
귀머거리의 텅 빈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
새벽 네 시에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네 시가 개미들에게 유쾌한 시간이라면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자.
자, 다섯 시여 어서 오라.
만일 그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면.
* 끝과 시작(쉼보르스카 시선집)/ 최성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출처 : 시가 있는 자작나무 숲
글쓴이 : 신의물방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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