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는 세상의 진실을 안다 [까비르]

초록여신 2008. 4. 8. 03:04

 

 

 

 

 

 

 

 

 

 

 

 

 

나는 세상이 미쳤다는 것을 안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면

세상 사람들은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고

내 입이 거짓을 말하면

나를 찬양한다.

여기 찬양받는 자들

독실한 종교인들과 교리 지키는 자들

이른 새벽마다 신성한 강물에 목욕하는 자들

영혼을 죽이면서 돌덩이 숭배하는 자들

나는 그들을 만났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자들

성스러운 책장들을 넘기면서 제자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는 자들

이들을 나는 만나보았다. 그들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

온갖 포즈의 요가 수행자들, 위선자들

아무것도 아닌

자들, 자만심으로 가득차서

쇠붙이에 돌덩이에 대고 기도하면서

순례의 길 떠나는 것을 자랑삼는 자들

성의(聖衣)와 성스러운 모자와 염주를 몸에 걸치고

이마 한가운데 점을 찍은 얼굴로

주문과 기도문 외는

자들, 그들은 영혼의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벗이여, 나 까비르는 말한다.

"그들은 모두 죽음의 도시로 가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아무도 듣지 않는구나.

너무나 쉽기 때문에."

 

 

 

 

 

* 여기 등불 하나가 심지도 없이 타고 있네 / 타고르 엮음. 류시화 옮김, 청맥, 1990.

 

 

 

.......

사실 고백하건대 나의 시 '기탄질리(신에게 바치는 송가)'는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문맹의 농부 시인 까비르의 시를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나의 시가 물방울이라면 까비르의 시는 바다이고 대양이다. 그의 시 속에는 신에 대한 헌신이 있고, 절대의 추구, 삶의 고독, 그리고 인간이 갈구하는 평화가 있다. ㅡ 타고르

 

 

까비르는 속세를 등지고 떠난 수도승도 아니었고, 거창한 지식을 자랑하는 철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속세의 삶을 통해서 진리에 다가갔다. 한번은 사람들이 까비르에게 이제 늙었으니 일을 그만하고 쉬라고 권했다. 그러자 까비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물긷고 베짜는 일이 곧 나의 삶이다. 이 일 속에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구했다. 신은 나에게 물긷고 베짜는 일을 맡겼다."

 

 

달새의 머리는 온통

달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비새의 생각은 온통

다음번 비가 언제쯤 내릴까 하는 것

우리가 온 생애를 바쳐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ㅡ 까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