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먹다 남은 배낭 속 반병의 술까지도 [신경림]

초록여신 2008. 2. 27. 09:15

 

 

 

 

 

 

 

 

 

 

 

 

 

에머랄드 깔린 대로는 아닐 거야,

장미로 덮인 꽃길도 아니겠지,

진탕도 있고 먼지도 이는 길을

이 세상에서처럼 터덜터덜 걸어가겠지,

두런두런 사람들 지껄이는 소리 들리고

굴비 굽는 비릿한 냄새 풍기는 골목을.

잊었을 거야 이 세상에서의 일은,

먹다 남은 배낭 속 반병의 술까지도.

무언가 조금은 슬픈 생각에 잠겨서,

또 조금은 즐거운 생각에 잠겨서,

조금은 지쳐서 이 세상에서처럼.

 

 

 

 

 

 

* 낙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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