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 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었다 해도
* 낙타 / 창비, 2008. 2. 22.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다 남은 배낭 속 반병의 술까지도 [신경림] (0) | 2008.02.27 |
---|---|
폐도(廢都) ....... 신경림 (0) | 2008.02.27 |
여왕코끼리의 힘 [조명] (0) | 2008.02.25 |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이윤학] (0) | 2008.02.24 |
품 [유승도] (0) | 2008.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