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까치야, 까치야, 새 이 다오. 목청껏 외치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목울대를 넘어온 말들은 입을 벗어나는 순간, 가래 끓는 소리가 되어 흩어진다. 김노인은 천장 밑에 바짝 달라붙은 지하 창 위를 쳐다보며 망연히 누워 있다. 저런 망할 놈, 슬날 아침에 먼 지랄로 성깔을 부린댜? 그는 깜짝 놀란다. 분명 돌아가신 어머님 목소리다. 두리번거리는 마음속으로 정경 하나가 툭 불거진다. 그는 장날 아버지가 사다준 검정 고무신이 맘에 안 들어 앞니로 물어뜯고 있다. 눈물 글썽이며 질겅질겅 씹고 있다. 갑득이는 씨이, 희컨 운동화 사줬다는디. 울컥 싸한 전율이 스치더니 곰팡내 나는 방안을 환하게 감싼다. 그래, 그는 부러 과장되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육친의 그림자 너울거리는 세상 껴안을 수 있는 추억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저 멀리서 울리던 까치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오늘 내게도 뭔 손님이 찾아들라나. 싸늘하게 굳어가는 볼을 타고 밭은기침 한 방울 툭 떨어진다.
* 집이 떠났다 /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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