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름다운 반란 [주병율]

초록여신 2008. 1. 27. 12:20

 

 

 

 

 

 

 

 

 

 

 

 

겨울 햇볕에 쏘인 창가의 온기에 붙어서

하얀 눈송이 같은 꿈도 없이 잠이 든다.

어제를 잊고 아침을 잊고

노동에 부르터던 손발을 잊었으므로

잠을 자면서 나는

깊고 투명한 강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없던 낮

내가 없던 밤

내가 없던 시간

내 것이 아니었던 나와

겅겅거리며 물어뜯던 밤의 이마에

칼날의 문신을 새기며

무수히 사멸하는 시간의 머리칼을 헹구던

검은 땅과

검은 바다와

죽은 육체가 녹아내리는 벽

벽 속에서 버려지던 꿈들이

흡반의 더듬이를 감추고 달팽이처럼 엎드려

노여운 이빨이 되고

손톱이 되고

험악한 몸뚱이가 되어

내 두개골의 검은 뇌수를 흔들고

침몰하던 날들의 검은 지곡, 신음의 바닥을 타고 흘러

어제와

아침과

노동과

고통으로 늙어가던 어머니, 어머니까지도 없던

이 황량한 2월, 겨울 하오에

내가 나를 태우는 서글픈 소리를 듣는다.

 

 

 

 

 

* 빙어,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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