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관한 기억은
오른쪽으로만 감기는 필름이다
너는 나를 왼쪽 방향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너에 관한 기억은
빛을 향해 뻗어가는 덩굴이다
너는 나를 어둠 속에서만 기억할 것이다
너의 기억과 나의 기억은
만날 수 없다, 그 엇갈림 때문에
기억은 자꾸 무거워진다
무거움 때문에 한쪽으로만 기운다
덩굴이 나무를 타고 오르듯
굴광성의 기억은 멀리, 더 멀리 뻗어간다
그 줄기 끝을 돌려놓을 수가 없다
기억은 점점 희박해지고
희박해지는 만큼 더 질겨진다
기억은 나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간다
나에게는 없는 너에게로
* 2008 현대 문학상 수상시집 - 역대 수상시인 근작시 중에서,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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