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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변에 서 있는 가로수 같은 이 절의 이름들을 거쳐 겨울을 지나왔다.
어떤 나무는 사람의 이름 같기도 한 문신을 내 몸 깊숙이 새겨놓았다
흰 테를 두른 손바닥만한 사진 속에서 흑백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
銀海寺 가는 길,
사진 뒤에 남겨놓은 글자들의 힘을 빌려 나는 하양이나 서해의 조그만 섬을 찾았다
내 나이의 아버지가 거기에서 본 것은 내가 본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
그가 다닌 길 위로 강이 물줄기를 바꾸기도 하고 산속 깊은 곳에는 암자가 생겨났다
오래고 큰 나무들 앞에 간혹 멈추어서서 손금을 들여다보며 내게로 이어진 쓸쓸하고 긴 시간들
버즘나무 껍질 다 벗겨져 하얗게 빛나는,
내가 그리움으로 혹은 욕망으로 만들어놓은 저 먼길
*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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