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적은 내게 모두를 댓가로 요구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사실은 이게 더 큰 굴욕이다
이기는 게 희망이나 선(善)이라고
누가 뿌리 깊게 유혹하였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 패배는 나의 힘 / 창비, 2007. 12. 14.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은 손을 찾는다 [이문재] ㅡ 노작문학상 제7회 수상작 (0) | 2007.12.23 |
---|---|
농담 [이문재] (0) | 2007.12.23 |
손에 강 같은 평화 1[장경린] (0) | 2007.12.21 |
탁본 [이영광] (0) | 2007.12.21 |
해변의 욕조 [박정대] (0) | 2007.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