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만난 봄 바다
최 삼 용
통통배가 겨드랑이 간질이자
파도로 넘겨지는 바다의 책장에
바람이 서술하고 물결이 필사하는
히브리어 같은 굴절 문장들
무엇을 쓰시는지 지금도 필사적이다
바람까지 바다를 빌려 파문 만들며
고인 울음통 비우려
해변에다 몸 뒤집어 파도로 우는데
바람과 바다는 같은 돌림자 쓰는 형제인지
바람 불면 바다가 일고
바람 자면 바다도 따라 잠들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랑도 받침 하나 차이라
떼지 못할 관계를 맺는지 모르지만
입춘 넘긴 꽃 절기라 눈부신 햇살은
바다 위에 온통 빚꽃을 피워 문 채
부드러운 파도로 갯돌을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_《그날 만난 봄 바다》(그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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