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쓸모를 필요와 불필요로 단순하게 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짓에는 수천수만의 층위가 있음을 삶이 내게 가르쳐주었으니까. 어떤 거짓은 붉고 어떤 거짓은 서글프다. 어떤 거짓은 축축하고 어떤 거짓은 창백하다. 악랄하고 섬뜩한 거짓 앞에선 몸이 굳기도 할 테지만 귀여운 거짓 앞에선 사랑이 건너가기도 할 것이다. 맥주를 마실 수는 없지만 맥주 한 모금이 절실한 사람에게 논알코올맥주의 존재는 진실을 능가하는 거짓이듯이
_안희연 산문집《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난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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