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폭풍 속으로 2 [황인숙]

초록여신 2023. 8. 11. 04:26

폭풍 속으로 2
     황 인 숙







인간이 다니지 않는 길로
신이 다닌다
지금처럼 깊은 밤
폭풍우 몰아칠 때


피치 못해,
어떤 이들을 참지 못해
그 길에 나선다
극도의 조심스러움과 예의를 갖추고
호기심을 감추고
겸손하게!




_《자명한 산책》(문지, 2003)





태풍 '카눈'은 조금전,
서울 부근을 지나 북상을  계속하며 휴전선을 넘었다고 한다.

폭풍 전야를 지나,
폭풍 속을 지나며,
폭풍이 지나는 곳곳 엄청난 빗줄기가 쏟아 부어진다.
이 빗줄기가 모든 근심을 가져가 주었으면 좋겠다.

폭풍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나약함,
나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극도의 조심스러움과 예의로
겸손하게!
또 겸손하게!
기도한다.

밤새 안녕하기를,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평화로울수 있기를.


나마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