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시의 맛 [김안녕]

초록여신 2022. 10. 4. 06:10


시의 맛
김 안 녕










장독대 속 묵은 김치를 죽죽 찢어 빨아 본다
여물어 터질 것 같은 여름이 섰는 포도원의 알을 깨물어 본다

봉숭아 물들인 손톱
그 안에 갇혀 있는 달 한 조각을
새벽 다섯 시 아직 깨지 않은 하늘을
아윈 그림자 비친 우물물 한 모금을
돌이켜 본다

어떤 암흑 속에서도
결코 신으로부터 구원받지 않겠어,
그걸 유일한 자부심으로 삼는 시인들이
우주 밥상에 그득하다



_《사랑의 근력》(걷는사람, 2021)



우주 밥상에 그득한 시인들,
그들 중에 안부를 묻는 유일한 시인인 김안녕 시인!
저에게 있어서는 늘 다정한 이름인 "오래된골목"님.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그 다정한 시의 맛은
김치를 쭉쭉 찢어 먹는 손맛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김장김치를 해주던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집니다.
그리운 손맛(-.-)

세월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소.
더 입어진 다정.
더 성숙되어진 시어들.

신에게는 구원받지 않더라도
詩民들에게는 널리 널리 사랑받으시기를!!!

김안녕 시인이 차려준 우주 밥상앞에서 오늘도 맛있게 냠냠냠!

안녕,
안녕.
안부를 묻습니다.

(시인의 우주 밥상 앞에서,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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