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영원
신 철 규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
시계에 물이 찼다
기도가 끝났다
_《심장보다 높이》(창비, 2022)
ᆢ
기도 앞에서만이라도
흔들리지 않기를,
오늘도
그 흔들리지 않는 슬픔을 배워가는 중이다.
더더욱 영원함은 바라지도 아니하며
그저 지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하루라도 더 길었으면...
그 기도가 끝나지 않기를.
(오늘도 기도하는, 초록여신)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1) | 2022.09.24 |
---|---|
감식안에 대하여 [박용하] (0) | 2022.09.24 |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김 수 영] (0) | 2022.09.20 |
우리들의 아침 [여태천] (0) | 2022.09.20 |
이해 [하재연] (0) | 2022.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