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겨울의 처음에서 [박승]

초록여신 2017. 12. 23. 18:18


겨울의 처음에서

 박 승









그 여름 나는 죽었다

태양이 내리쬐고 아이들 벗은 채 뛰어다니는 둑길

밥물의 마른 각질처럼 어린 등짝 일어나고

껍질이 갈라진 벛나무 위 매미가 울었다

낡은 마을 거센 개천의 물결 휩쓸려

나는 손을 놓았다 눈 감고

소용돌이치는 물가 절규한다

들리지 않는 물거품 속으로

나는 죽고 다시 태어나 하루씩 복수를 한다

삶이 끝나버린 시간에 대해

의미 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자동차 물결에 대해

망각과 함께 피는 파란 물방울

강아지가 짖어대는 조그만 소리

그 여름 수많은 껍질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차가운 그림자 벌써 길가를 맴도는 시절

겨울은 코로 찌르며 무겁게 밀려온다



*스위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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