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류 경 무
당신 생각나기는 할까
뭐니뭐니해도 그 봄밤
노릇하게 데워진 바람의 무릎이
세상 모든 창을 타넘는 봄밤
당신 이 언약 알기나 할까
막 뛰어내리고 싶은 망루에 서서
가끔 당신을 읽다가
가끔 당신을 덮다가
나 아직 한 번도 가지지 못한 당신
내 코끝을 지나갈 때
당신을 넘기는 내 손가락
자꾸 바스러지던
점점 녹슬어가던 봄밤
*양이나 말처럼(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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